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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Date : 2021/08/24  Hit : 485  
 [광화문에서] 민주주의의 재확인
민주주의의 재확인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발족한 지 8년이란 세월이 흘러간 이 시점에서도 오히려 민주주의를 강조해야 하고 그 재인식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진실로 일대유감사(一大遺憾事)라 하겠습니다.

혹자는 건국 이래 일천(日淺)할뿐더러 광고(曠古)의 전란(戰亂)으로 국력의 총동원이 강력히 요청되는 이 마당에서 이 정도의 상황은 불가피하다는 변명으로써 이것을 호도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결코 변명도 구실도 될 수 없는 줄로 압니다.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성취될 수 없음은 동서의 사실(史實)에서 역연한 바이기에 우리가 여기서 요구하는 것은 결단코 8년 내에 이룩된 민주주의의 완성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열의 자체인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근본은 자유와 평등에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민주주의에의 지향은 바꿔 말하면 자유와 평등에의 성의(誠意)라 하겠습니다. 법으로 보장된 국민의 자유는 최고도로 존중되어야 함과 동시에 그 누구를 막론하고 자유를 방해 내지 훼손할 권한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와 아울러 민주주의 사회에 있어서는 그 신분의 고하를 가릴 것 없이 타에 군림하여 특권을 행사하거나 타의 영역을 침범하여 부정한 영달을 꾀하거나 법의 그늘에 숨어 사리를 도모하거나 혹은 권병(權柄)을 잡은 자로서 이를 부정배(不正輩)의 술수에 영합하는 등사(等事)는 결단코 용인될 수 없음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간절히 요청하는 바는 이 같은 반(反) 민주주의적 요소를 타도하려는 고결무사(高潔無私)한 투쟁인 동시에 진정한 자유와 평등을 이 땅에 이룩하려는 진지한 노력입니다. 이러한 마당에서 만약 어떤 정치인이 있어 민주주의 원칙을 짓밟고 자기의 정치적 야욕을 달성하기 위해서 무고한 백성의 자유를 위협 또는 박탈하는 일이 있다면 이 같은 인물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이고 민족 천추의 원수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자칫하면 다수인의 여망을 무시하고 법을 유린하고 남의 자유를 침범하고 혹은 법병(法柄)을 악용하여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사례가 결코 적지 않기에 우리는 이것이 국기(國基)를 위지(危地)에 몰아넣는 중대한 동인으로 발전할까 염려하는 자입니다. ‘바입니다’의 오자로 보이나 󰡔사상계󰡕 원문대로 ‘자입니다’로 싣는다.

5월에는 정·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이 막중한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국병(國柄)을 잡은 이들은 모름지기 허심탄회 만민의 자유의사가 최고도로 발양되도록 힘써야 하겠고 주권자인 국민은 주권자로서의 긍지를 간직하고 여하한 간섭도 이를 배격하여 민주주의적 권리를 완전무결하게 행사함으로써만 우리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생명을 얻을 것으로 믿습니다.

이제 기왕은 불문에 붙이고, 5월의 이 역사적 과업을 관이나 민이나 다 같이 협동하여 공명정대하게 완수하여, 이 공명정대를 순국선열과 민주주의 방위전사들의 제단에 바친다면 고혼(孤魂)도 위로를 얻을 것이요, 영현(英顯)도 만족할 것이며 나라의 앞날에는 반드시 광명이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장준하
권두언(195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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