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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Date : 2021/06/08  Hit : 552  
 [광화문에서] 사회와 질서
사회와 질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그것은 인간이 그 역사를 비롯함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회생활을 영위하여 왔다는 데 기인될 것이다. 물론 동류가 모이어 공동생활을 지속함은 비단 인간뿐만 아니라 일반 동물계에서도 그 예를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인간의 사회생활과 동물의 그것과는 판이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인간의 사회는 ‘변화’와 ‘발전’이 있으며 ‘벌’이나 ‘개미’의 사회는 고금여일(古今如一)한 본능적 결합사회임을 말하게 된다. 그러므로 인간사회를 운위함에 있어서 ‘변화와 발전’은 문제의 핵심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동물의 사회에 있어서도 변화는 있다. 그러나 이 ‘변화’는 장녀환경에 순응하여 되어지는 진화 혹은 퇴화현상에 불과한 것이고 ‘발전’에 의한 ‘변화’는 아니다.

인간사회를 논함에 있어서 어떤 이들은 ‘사회는 개인 상호 간의 계약과 합의로써 성립된 집합체라’하여 사회계약설을 주장한다. 이러한 사회사상을 기초로 하여 극도의 발달을 이룬 개인주의는 인류사회의 ‘조화와 통일’을 파괴하였으며, 이로써 상호경쟁과 이해에 의한 분합의 수라장화(化)된 현대사회는 인류의 커다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또한 어떤 이들은 ‘개인은 사회의 형성요소이므로 사회를 떠나서 개인의 존재를 없다’고 하는 생각을 하여 사회본위주의를 세우게 된다. 여기에서 국가나 민족 혹은 어떤 사상적 집단을 지상(至上)이라고 하는 염불이 흘러 나오게 되는 것이며, 이런 것들을 앞세우고 그네들은 야욕달성을 위한 자가창안(自家創案)인 일정한 사회규범 밑에 인간을 예속 통합시키려 하여 복식(服飾)의 통일, 구호의 통일, 심지어는 사상의 강압 통일까지 꾀하고 있다. 이 같은 조화가 없는 통일은 죄악이며, 이러한 죄악사(罪惡史)는 동서고금의 역사 중에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서 오늘 우리가 전국의 물적·인적 모든 역량을 기울여 투쟁하는 것도 세계 자유우방들이 고귀한 생명을 이 땅에 바치는 것도 이 같은 죄악을 인류사회에서 제거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그러한 몽중(夢中)에 일당독재와 만승천자(萬乘天子)를 점치는 자 없지 않다. 이 같은 유(類)는 모두 인간 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을 좀먹는 자들이다.

‘사회발전’에 있어서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문화를 창조하는 인간의 ‘창의’이다.
그리고 ‘창의’란 이성인에 한하여 있는 것이며 ‘창의’를 지닌 이성인의 사회생활에 있어서만 도의니 종교·법률·경제·교육·예술이니 하는 현상이 발현되며 그 정도에 따라 그 사회를 유지 발전시킴에 필요한 ‘법칙’과 ‘질서’가 생겨진다. 이러므로 보다 합리한 ‘법칙’ 위에 정당한 ‘질서’가 수립되어진 사회가 번영하고 발전함은 마치 노유(老幼)와 남녀가 잘 조화되고 잘 통일된 가정과 같은 것이니 외표(外表)에 나타나는 복식이나 구호를 떠나 합리한 ‘법칙’과 ‘질서’에 의하여 인간의 창의가 살려지고 이에 ‘조화’와 ‘통일’이 이루어진 사회만이 다시 새로운 발전과정으로 옮겨질 것이다.

사상계 권두언(195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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