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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Date : 2021/06/15  Hit : 507  
 [광화문에서] 사고와 행위

사고와 행위

사람의 모든 ‘행위’는 그 ‘사람됨’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사람됨’이라 함은 그 ‘생각’하는 바의 어떠함을 말하는 것이다. 바른 ‘생각’을 가지지 못한 개인이나 집단에서 바른 비판과 바른 행위가 기대될 수 없음은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그 생활을 영위하여 나아감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생각’한다는 일이다.

바른 ‘생각’의 기초가 되는 것은 깊은 ‘교양’과 넓은 ‘지식’이다. ‘교양’과 ‘지식’은 실로 의식활동을 넓고 깊게 할 수 있는 동기가 되는 것이며, 이로써 독단이나 회의를 물리칠 수도 있고, 능히 진위정사(眞僞正邪)와 시비곡직(是非曲直)을 가릴 만한 표준이 서게도 되며, 또한 대의에 어그러짐이 없고 만인을 복되게 하는 과감한 행위도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만족과 인류의 역사가 가장 험난한 고비를 넘는 오늘날 우리 앞에는 우리 자신이 선택하고 해결하여야만 할 크나큰 고민과 과업이 놓여 있다. 이 고민, 이 과업을 해결하고 겨레의 활로를 개척함에 있어서 더욱 필요한 것은 민족적으로 깊이가 있는 교양과 넓은 지식이며, 흥분과 감정만으로는 이 과업의 완수는 바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거족적인 흥분과 시위도 필요할 것이며, 반민족·반국가적 도당에 대한 응징도 가당할 것이다. 그러나 항상 경계하여야 할 것은 이성을 떠난 망동과 만용이니 어떠한 흥분 어떠한 시위에 있어서도 이성적 흐름이 있고, 자각적인 표현과 일관된 질서가 있어야 한다. 구국궐기의 구호를 절규하여 흥분된 나머지 지나가는 자동차나 가두의 점포를 공산군으로 오인하여 기습을 감행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더욱이 민족 명운(命運)의 열쇠를 쥐고 국가를 지도하는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에게 있어서 호상(互相) 질시하고 모략중상을 일삼는 나머지 공산당이라도 내 편에 아부하여 내 목전의 이익을 더하게 한다면 두호(斗護)하고 아무리 유능한 애국애족의 사(士)라도 이에 반할 때에는 국적(國賊)으로 몰아세우는 교양 없고 몰상식한 행동이 있어서도 아닐 될 것이다.

교양과 지식의 원천은 교육이다. 교육은 먼저 인간성을 바로잡음에 착안되어야 하며, 그 위에 지식을 넓힘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인간이 되지 못하고 갖게 된 지식은 실로 어린아이에게 들려진 환도(還刀)나 강도에게 들려진 예리한 비수와 같은 것이어서 자신을 망치고 남을 돌아보며, 배운 바 넓은 지식으로 세계의 대세와 역사의 흐름을 바라보아 정당하고도 명확한 판단을 내리며, 이 판단에 의거하고 감상적인 감정에 지배되지 않는 행동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과거와는 전혀 그 각도를 달리하는 사회상을 가져왔다. 그러므로 이 난기(難期)를 뚫고 새 역사를 창조하여야 할 우리에게는 선인들의 경험과 아울러 새로운 또한 넓고 깊은 세계적·인류적인 ‘사고’가 요청된다. 이에 이러한 ‘사고’에 기초를 둔 ‘행위’만이 민족을 구하며 자손만대의 복지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며, 세계인류에게 기여할 바 있을 것이다. 역사는 인류사회에 세계정부, 세계 헌정의 구상을 태동시키고 있다. 이때에 있어서 더욱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이 마당에선 우리의 일동일정(一動一靜)은 세계적이어야 하며 인류적이어야 할 것이고, 우리의 외침과 우리의 시위는 곧 세계인류의 외침이요 시위가 되어야 하며, 수백여 만의 인명과 전국의 재산을 탕진한 대가로 얻어진 전 인류를 향한 경종이어야 한다.

이러한 깊은 ‘사고’에 의거한 자각적 행동만이 인류계에 던지는 파문이 될 것이니, 전 세계 자유애호인의 가슴속에 크나큰 충격을 던진 반공 포로의 석방 같은 예를 들 수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싸움은 인류의 자유를 위한 싸움이라 함만을 말할 것이요, 또한 이에서 어그러지는 행동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사상계 권두언(195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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