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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Date : 2021/06/22  Hit : 528  
 [광화문에서] 이념과 방향
이념과 방향

인간은 자기의 전(全)경험을 통제하고 최고적인 통일을 이루어 나아갈 수 있는 이성을 가진 자이다. 그러므로 인간 사회는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경험하였으며 그 경험을 통하여 얻어진 지배적인 생각이 무엇인가에 따라 규정되어질 것이다.

8·15 이래로 우리 민족은 그 유례를 볼 수 없는 크나큰 자극적인 많은 경험을 하여왔다. 외군의 군정을 통한 혼돈상태를 보았으며, 주야로 갈망하던 우리의 자주정부를 수립도 하였고, 인류사상(人類史上)의 일대 비극인 6·25 동란을 통하여 생명 재산을 탕진하였으며, 우리의 지도층의 권력 쟁취를 위한 혈안의 추태도 보았으며, 갑도 을, 을도 을이라 하는 무위무능한 고위 지도자들의 희생물도 되어 왔고, 민족이니 국제니 하는 것은 자가변호의 전위로 내세우고 오직 사리사욕에만 뜻이 있는 탐관오리와 모리간상배의 매국행위도 보았는가 하면, 세력 없는 근로층의 참고(慘苦)와 비애와 방랑, 그리고 이들을 이용하고 이들의 등을 처먹고, 소위 노동자 농민의 복리를 위한다는 단체나 정당들, 그리고 공산사회의 야수적·죄악적인 연극까지도 보아왔던 것이다. 그러면 이 모든 경험을 종합하여 얻어진 우리 민족의 생각은 과연 어떠한가.

첫째로, 국내적으로는 바른 생각을 가진 현능(賢能)한 인재가 나서서 바른 정치를 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정부수립 후 6년간, 지명지사(知名志士)들의 자신만만한 천거로써 등용된 인재가 허다하건만 적재(適材)를 얻지 못하여 고심하는 노(老) 대통령이 얼마 전에, 민심을 도외시하고 자파의 세력 부식(扶殖)과 민의의 통일을 빙자하여 우둔한 강권시책을 취하여 민생을 도탄에 빠쳐 국민의 원성을 높이고 있던 모 장관을 파면함과 동시에 일관된 정권욕에 눈이 어두워 불공대천지수(不共戴天之讎)인 공산당과까지 짝하여 가며 모략중상으로 분열과 작당을 일삼아 국가민족의 체면을 손상시키던 모집단을 해체 개편하라는 담화를 발표하여 전 국민은 박수갈채를 올렸거니와 이제 거현(擧賢)을 꾀하여 전국요소에 투서함을 설치하고 천하의 유능 인재를 얻고저 함에는 그 방법의 적부는 고사하고 그 심정에만이라도 가히 찬사를 드릴 수 있었을 것이다.

옛 사람은 정치의 요(要)결을 비유하여 「능순목지천이치모성언이(能順木之天以致某性焉爾)」라 하여, 나무를 재배함에 있어서 사람이 그 나무의 천성을 무시하거나 마음대로 좌우하지 아니하고, 그 나무의 천성을 따라 잘 자라도록 하는 것이 그 요결임과 같이, 정치에 있어서도 관리가 민중의 천성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명령이나 지배를 하지 아니하는 것이라 하였다.

“양은 ‘이리’의 보호를 받는 것보다는 저희들끼리 있는 것을 더욱 좋아한다”라고 한 ‘제퍼슨’의 유명한 말도 있거니와 국민을 못살게 하는 정부나 관리는 민주국가에 있어서는 있을 수 없으며 국민 앞에 군림하려는 생각조차도 있을 수 없다.

이 사회의 구성인원인 이 나라 백성들은 오랜 시련 속에서 자성이 생기고 자각이 싹텄으며 바른 생각과 바른 말과 행위에 대하여 찬의를 보낼 만한 요기도 얻었다. 그러므로 무능력한 협잡정객이나 전제를 꿈꾸는 ‘돈키호테’의 설 자리는 없어질 것이며, 올바른 정치이면에 입각한 행정만이 허용될 것이다.

둘째로 국제적인 강력한 제휴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동안의 세계사는 실로 사회사상의 분화사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본주의니, 공산주의니, 사회주의, 무정부주의, 국가사회주의, 전체주의니 민주주의니 하여 이로 헤아릴 수 없는 주의와 사상이 분화 출현되었다. 이 같은 사상적 분화는 이민족을 정복하려는 욕심과, 이민족에 대항하여 안전을 보장하려는 생각과 아울러 더욱 심한 인류사회의 대립과 항쟁을 가져왔고, 상호 살육의 비극을 연출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 이런 자리에 각 민족 각 국가 간의 새로운 이해와 상호 제휴만이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리라는 것을 자성하는 힘이 인류에게 생긴 것은 실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이 힘은 가속도로 자라나고 있으며, 이에 의거하게 되는 자각의 세력이 세계적으로 침투되고 있음은 실로 경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오랫동안의 처참한 경험을 통하여 전 세계 모든 민족이 지향하는 바 이같은 생신(生新)한 생각을 우리 전생활의 기초로 삼게 된 것이며, 이 생각은 새롭고 바른 방향을 가리켜줄 것이고, 나아가 인류의 복지를 건설할 수 있는 민족으로 자립하게 할 것이다. 새 세대의 방향이 의거할 수 있는 이념은 전 인류의 공영을 지향하는 생각일 것이며, 이런 생각만이 모든 생각을 통제하여 최고의 통일을 이루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상계 권두언(195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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