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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Date : 2021/06/24  Hit : 529  
 [광화문에서] 비판정신의 창달을 위하여

비판정신의 창달을 위하여

인류 역사의 전 과정은 인지발달(人知發達)의 자취로서 인간 지력(智力)의 발달 정도와 그 우열의 차는 선진문명사회와 후진정체사회의 차이를 이루어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사회의 향상 발전은 지력의 향상과 그 광범한 활용‒비판, 반성, 기획, 창작‒에 의거하며 정당한 비판은 그 추진력이 된다.

‘비판’에는 진위를 논할 만한 가치표준이 있어야 하며 그 목적과 방법에 있어서 건설적이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전인수격인 고루하고 편협한 ‘비판’, 언필칭 애국자·양심가·여당·야당·역적 하는 천박한 판단, 남을 모함하거나 남의 허물 만을 들추고 욕만을 일삼아 자기를 내세우고 자파의 세력을 부식하려는 야비한 ‘평론’ 등은 사회발전에 아무런 기여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해독을 끼치는 것들이다. 이러므로 그 ‘비판’이 논리에 어그러짐이 없다든가, 나타난 모든 사실에 지극히 타당하다 할지라도 그 표준이 바로서지 못하고 건설적인 제시가 없는 한 무가치한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 가치표준은 어디다 둘 것이며 목적과 방법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겠는가?
사회를 구성한 자가 인간 개인이며 사유하고 의욕하고 정감하는 자가 개인인 한, 반성과 기획과 창작을 기대함도 개인일 뿐이다. 이러므로 비판의 표준을 정함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예상되는 주체는 인간 개인일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개성을 발휘시키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데에서만 사회는 진정한 발전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사람이다. 그가 왕이건 목사이건 시인이건 혹은 직공이건 모두 신의 아들로서 평등하고 동일하다’라는 것도 근대 민주주의 발전의 3대 기본원리라고 볼 수 있는 개인의 권리존중의 사상과, 압박에 반항하여 자유를 얻으려는 민중의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는 사상과, 세습적으로 직업을 독점하는 제도를 타파하는 노동 자유의 사상을 역설한 위대한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의 말이다. 그는 계급과 종교와 지위의 차이를 불고(不顧)하고 개인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였으며, 사람을 외부적 조건으로 평가하는 것보다 내부적 조건, 즉 개인의 개성을 표준으로 하여 평가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생각건대 이 같은 평등사상은 민주정치의 이론을 구성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온 것이며 정치적 평등, 법률적 평등, 사회적 평등, 종교적 평등, 경제적 평등, 기회적 평등 등 각방(各方)으로 인간의 평등은 주장되어지고 있다. 이 같은 평등사상에 연유한 개성의 존중, 개인의 자유, 이것을 자각한 인간의 행위만이 사회발전에 가치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 가치가 모든 비판에 표준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 조직은 각 개인의 이 같은 도덕적 의식에 의하여 공존공영의 길로 향상 발전되어 가는 것이며 이 같은 의식수준이 저하될 때에 그 사회의 안정성은 극히 미약하여 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판은 그 목적이 조화와 통일 밑에 공존공영하는 사회로 발전시키는 일에 있어야 하며 건설적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정치를 정의함에 있어서 에이브러햄 링컨이 게티즈버그의 전장(戰場)위령식 연설에서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치’라 말함을 그 완미(完美)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거니와 민주정부란 백성의 손으로 되어지는 것이며 백성의 비판과 편달을 받아가며, 백성을 위하여 자라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국가에 있어서는 모든 정치적 시책은 반드시 백성의 비판을 받아야 하며, 비판을 하는 이는 사심을 완전히 떠나고 세계적·인류적 안목과 식견으로서 해야 할 것이며, 아무런 건설방안도 없는 파괴적인 욕설 정도를 가지고 여론이니 언론이니 평론이니 하는 따위, 심지어는 성군작당(成群作黨)하여 사기적으로 민의를 조작하여 가지고 민의·여론 운운하며 망동을 자행하는 따위는 인류역사 앞에서 정죄를 받을 것이다.
여론이란 모든 사람들의 비판과 의견의 종합이다. 그러므로 여론이 없는 나라는 노예나 송장의 나라라 아니할 수 없다. 민주정부는 그 시책이 정당히 비판되어 지기를 정부 스스로가 간망(懇望)할 것이며, 바른 여론이 일어날 수 있는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함에 예의(銳意) 노력할 수밖에는 없다. 그리고 그 시책에 비판을 가함은 반정부요 역적이라고 적시하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오직 건설적 목적과 방안을 가진 정당한 비판만이 후진정체사회를 문명사회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고도한 비판정신의 앙양은 이 사회의 절실한 요청이 아닐 수 없다.

사상계 권두언(195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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