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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Date : 2021/07/08  Hit : 503  
 [광화문에서] 바른 판단력을 촉구함

바른 판단력을 촉구함

올바른 판단은 사회발전의 모체가 됩니다. 그리고 정확한 판단력은 넓은 지식과 많은 경험과 높은 교양을 통하여 얻어지는 것입니다.

현명한 작전지휘관의 명철한 판단은 적을 물리치고 능히 국토를 방위하였으며 무능 경솔한 지휘관의 그릇된 판단은 수천수만의 자위대를 궤멸시키고 국가민족의 안녕을 파괴한 것입니다. 또한 총명한 민족의 바른 판단과 결의는 전 세계 인류를 영도할 수 있는 위대한 사상과 물질과 지혜를 준비하였으며 게으른 민족의 미련한 결단은 낙후와 궁핍과 굴욕을 자초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가져야 할 정당한 판단이란 어떠한 것이겠습니까?

첫째로 나 자신(自身)에 대한 바른 의식과 판단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나는 내가 사는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이라는 의식, 곧 내가 공장주이든 직공이든 무역상이든 자유노동인이든 농부이든 문필가이든 군인이든 학생이든 관료이든 교사이든 어떠한 자리에 있어 무엇을 하든지 나는 내 가정을 번영시켜야 할 가정의 일원이며 내 직장을 번영시켜야 할 직장의 일원이며 내 나라 내 민족을 번영시켜야 할 국가 민족의 한 사람이며 나아가서는 인류역사에 공헌을 해야 할 일원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의식과 판단력을 가진 이는 자포자기하지 않을 것이며 자사자리(自事自利)하지 않을 것이며 매국매족의 행위를 감히 하지 못할 것이며 인류역사 발전에 역행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둘째로 현실에 대한 바른 견해와 판단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목전에 침략자를 놓고 위기 그 극에 달한 국민의 생활상태는 어떠한가요? 불로이득(不勞而得)하려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고 직권남용과 탐관오리가 어찌 이렇게 많습니까? 또한 공부하지 않는 학생과 호화사치를 극한, 주지육림의 전당에서 돈을 뿌리고 물자를 남비(濫費)하는 무리와 노변의 부랑아와 헐벗고 굶주린 농민과 노동층은 또 얼마인가요. 이같이 전쟁하는 나라, 재건해야 할 나라의 백성답지 않는 모습은 현실에 대한 바른 판단력을 상실한 무리들의 망동으로서 이 겨레 이 나라를 해치는 결과를 자아낼 것입니다.

셋째로 내 직분에 대한 바른 판단력을 가져야 합니다. 민주국가의 공무원은 백성을 감시하는 자도 아니며 국민을 착취하는 자도 아닙니다. 또한 맡은 바 신성한 직무에 대한 충실이 요청될 뿐이고 상관에게 아부할 필요나 하관(下官)을 무시할 권리는 없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이거나 장관이거나 먼저 그 직무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며 민주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에 표본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국가의 고급 지도자들을 위하여 준비된 경부선 간의 일등 침대차량에 미군 감시원이 없어졌다고 하여 열차 승무원의 직권은 무시되어 버리고, 국가의 고급 지휘층의 노름판이나 합숙소가 되어버려 정원의 몇 배의 인원으로 혼잡을 이루게 되었다고 하면, 또한 이것을 자유라고 기뻐한다면 차라리 독립국가보다는 예속국의 신세로 돌아감이 나을 것입니다.

나는 얼마 전 학도들의 시가행렬을 구경하였습니다. 전도가 기대되고 다음 세대의 지도자 될 중·고등·대학생의 행진이었습니다. 우선 학생이 많다는 생각이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학생의 본분을 아는 학생이 적음에 실망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그도 고급학년 고급학교에 올라가는 비례로 더욱 심함에는 절망에 가까운 탄식을 하였습니다. 이것은 물론 학생에게만 책임이 있음은 아니요, 교육자들 행정가들 나아가서는 전사회가 공동히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불량자들로 조직된 테러단을 연상시키는 대열 영도자와 동회(洞會)에서 배급전표 때문에 끌려나온 것 같은 인원으로 편성된 대학생들의 행렬, 호화사치를 자랑하는 여대생 행렬, 지각없는 군인·경찰관·국회의원·정부 고급공무원들의 공용물이 내 자식의 허영 만족을 위하여 내놓아 모여진 모 고등학교의 지프차 행렬, 한 세기 전을 회상시키는 일식 목총에다 배낭을 둘러지운 모 고등학교의 장한 행진. 무엇 때문에 하는 것인지, 누가 하는 것인지.
아무리 전시라 하여도 학생에게서는 학생다운 행진을 보고 싶은 것이고 군인다운 행진이나 청년다운 행진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니었으며, 또한 여대생이라 하여 유한(有閑)여성다운 행진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같은 무질서와 혼란으로 그 목적을 찾아볼 수 없고 조화 통일을 엿볼 수 없다는 것은‒모두 자기의 직분을 분별치 못하는 무지각(無知覺), 그릇된 판단에서 나오는‒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일들입니다.
민주사회는 유기체적 사회이며 협동적 사회임은 췌언(贅言)할 필요가 없습니다.

유기체에 있어서는 어떠한 부분에서 받는 자극이라도 곧 전체에 영향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한 부분에서 그 직분을 감당하지 못하게 될 때, 전체는 큰 타격을 받고 변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부분이 완전히 자기의 맡은 직분을 감당하여 갈 때에만 질서는 유지되고 안녕은 지속되는 것입니다. 학생은 학생으로서, 농부는 농부로서, 공무원은 공무원으로서, 기업가는 기업가로서, 노동자는 노동자로서, 문필가는 문필가로서, 군인은 군인으로서 각각 그 처한 자리에서 맡은 바 일에 올바른 의식과 판단을 가지고 매진함에 있어서만 사회는 발전될 것입니다.

사상계 권두언(195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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