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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Date : 2021/07/13  Hit : 485  
 [광화문에서] 문화와 정치
문화와 정치

‒ 한글문제에 대한 민의원의 계속투쟁을 촉(促)함

무릇 정치가 문화를 위하여 있지 문화가 정치를 위하여 있어서는 안 된다. 이는 마치 국가가 개인을 위하여 있지 개인이 국가를 위하여 있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가는 언제나 그 권력과 강제력을 가지고 개인 인격의 발전과 문화향상을 방해하는 데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국가가 개인인격을 지배하고 문화의 진로를 강요하거나 방해한다면 개인은 국가의 종이 되며 문화는 그 자율성과 독창성을 잃고 완전히 소멸되고 말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글 간소화에 대한 저번 제21차 민의원 본회의의 결의는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빛나는 기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첫째로 이 결의는 행정부의 잘못을 솔직히 지적하여 그의 시정을 위하여 노력하였으며, 둘째로 민의원 제위는 정치와 문화연계의 올바른 자각하에서 민족문화 수호를 위하여 용감하게 싸웠던 것이다.

특히 자유당은 이 문제에 대하여 정부만을 무조건 지지하리라고 본 데 반하여 반대당과 합세하여 정부안을 반대시정하고 건설적인 건의로써 사태를 수습하려고 애쓴 것은 잃었던 국민의 신임을 다시 찾을 만하다. 무릇 여당이라 함은 정부와 보조를 같이하여 행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 본무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그릇된 길을 걷고 옳지 못한 것을 국민에게 강요할 때에도 덮어놓고 정부를 지지하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자고로 충신은 임금에게 악을 간(諫)하고 의로써 보필하여 국가대사를 그르치지 않게 하는 자다 하였으니, 오늘날 여당은 이런 충신의 본무가 무엇임을 알고 실행한 감이 있다. 특히 몇몇 여당원들은 당 내부의 험악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민족만대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하여 반대당과 합세하는 것도 주저치 않았으며, 건설적인 건의로써 국민의 뜻을 대변한 것은 양심적인 민중과 지식인들은 모르지 않고 있다. 자유당이 언제나 이런 의미의 자유당이라면 현 자유당이 정부당이며 다수당이라는 것을 국민은 구태여 걱정하고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야당계에서는 이번 회의에 있어서 영웅적 투쟁을 감행하였다. 일부에서는 야당계의 투쟁을 반대를 위한 반대이며 야유(椰楡)를 위한 야유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으나 대체로 보아 이번 투쟁은 순수하고 숭고한 것이었다. 문화에 대한 정치의 지나친 간섭에 대하여 문화의 수호자로서 무력한 학자와 문교부 직원들과 양심적인 교육가들을 위하여 더욱 터무니없는 어른들의 강요를 무언으로 반항하는 수백만 아동들을 위하여 야당은 눈물겨운 변호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 혹자는 말하기를 이번 결의는 응당 정부안이 기각되었어야 한다고 야당계의 유약성을 꾸짖는 사람도 있으나 애국적인 국민들은 정부의 위신이 너무 떨어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정부 위신의 추락은 곧 일반국민의 애국심의 상실이 되며 반공정신의 약화라고 보기 때문이다.

끝으로 간곡히 민의원 제위에게 부탁하는 바는 이 문제를 위하여 계속 투쟁하여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투쟁은 결코 악에 대한 투쟁이나 정적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 이유 없이 남을 헐고, 한글문제를 가지고 정적을 치는 기회로 삼아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진리에 서서 무지와 몰이해를 타이르고 고치려는 계몽적이며 건설적인 투쟁이어야 한다. 이런 양심적인 태도가 아니면 여당과 야당이 합세될 수 없다. 이런 애국적인 태도가 아니면 이 투쟁에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사상계 권두언(195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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