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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Date : 2021/07/29  Hit : 421  
 [광화문에서] 문학과 문학인의 권위를 위하여


문학과 문학인의 권위를 위하여

학문이나 예술의 각 분야를 같은 선상에 놓고 그 우열을 논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심령을 직접 뒤흔들고 생명의 원천에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의 하나로 우선 문학을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학이 봉건귀족의 노리개의 신세를 벗어나 근대 시민사회에서 독립된 자리를 차지한 이래, 우리 인류사회에서 선을 조장하고 악을 제거함으로써 인간정화에 이바지한 바 실로 큰 줄로 알고 있습니다.

근자 우리 문학의 현상과 그 지향하는 추세를 조용히 살필진대 참으로 한심을 금할 수 없음은 비단 필자만의 소견을 아니라고 믿습니다.

혹자는 도당을 규합하여 타락된 정치가 이상으로 모략중상을 일삼고, 혹자는 엄숙한 현실의 부르짖음에서 눈을 돌리고 이간 비정(卑情)에 호소하여 문학 본연의 사명을 저버리고 세속을 향하여 선정(煽情)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과연 문학인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고 뉘라서 단언할 수 있겠습니까?

모름지기 문학인은 자기 소업(所業)의 엄숙함을 깊이 통찰하고 미치는 바 영향의 지대함을 자각하는 동시에 사회와 민족과 인류에 대한 절실한 책임 위에서 문학 활동을 해야 할 줄로 압니다.

항용 우리는 사람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그 행동을 기준으로 합니다. 문학인이라 해서 이 범주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문학인의 행동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작품활동임은 두말할 것도 없는 역력한 사실입니다.

타락 · 선정 · 중상 · 무위의 작품으로써 어찌 감히 문학을 한다고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기에 솔직히 말해서 오늘날 우리 문학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문학인의 권위 또한 서지 못한 것이 숨김없는 사실입니다.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겨레의 아픈 가슴에 한 방울 생명의 물을 부어주고 절망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에게 한 가닥 빛깔이라도 던져주고 나아가 인류문화의 진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문학을 이룩함으로써 우리는 먼저 문학의 권위를 세워야 하리라고 믿습니다. 문학의 권위가 선후에야 문학인의 권위는 저절로 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권위 없는 문학과 문학인은 그 존재 이유가 있을 수 없습니다. 뭇사람의 시간을 허비하고 노력을 가로채고 경제를 낭비하고 비정(卑情)을 선동하는 잡문에 불과하니 오히려 없느니만 같지 못합니다. 온 겨레가 피로써 싸우고 땀으로 일하는 사이에 종일을 다방에서 담배와 더불어 소일하고 해가 지면 주효에 만취하여 대언장어(大言將語)를 일삼는 자는 이 사회에 해(害)는 줄지언정 결코 이(利)를 줄 수는 없습니다.

시정(市井)의 한 백성에 지나지 않는 문학의 문외한입니다마는 진정한 문학과 문학인을 외경하고 그 출현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게 절실히 대망하는 까닭에 감히 한마디 하는 바입니다.

권두언(195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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