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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Date : 2021/08/10  Hit : 526  
 [광화문에서] 애국심의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애국심의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우리가 우리의 조국을 사랑하고 이에 봉사함을 지상의 영광으로 삼는 소이는, 유구 5천 년 우리 조상의 희망과 꿈과 정열과 비애와 피와 땀이 이 강산에 서리어 있고 미래 영원히 우리 자손의 운명의 터전이 또한 이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조상을 아끼는 마음에 통하고 자손을 걱정하는 마음과 직결되는 것입니다. 인간세상에서 이처럼 고귀하고 이처럼 순수무결한 감정은 또다시 없을 줄로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주변에서, 이 숭고하고 또한 숭고해야 할 애국심을 자가(自家)의 이익을 위하여 농락하고 심지어는 위장 애국심으로써 국보(國步)를 그르치는 사례를 흔히 봅니다. 특히 해방과 더불어 폭발된 우리 겨레의 억제되었던 애국심을 역이용하여 자신과 자파와 자당의 권익신장에 급급한 도배(徒輩)의 도량(跳梁)을 말미암아 해방 10년사는 문자 그대로 혼탁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는 국민의 일원이요 우리 조국은 자유세계의 일원입니다. 우리 개개인이나 국가는 고립된 노방(路傍)의 돌멩이가 아니라 공동의 운명을 지닌 유기체의 심장이요 폐부인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 다른 국가의 처사가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듯이 나의 행동, 우리 국가의 처사는 직접 다른 사람과 다른 국가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왕시(往時)의 고루 편협한 애국심이 오늘날의 국제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듯이 국내적으로는 어떤 개인, 어떤 집단의 독선적인 애국심이 통용될 수는 없습니다. 국가는 일개인이나 어떤 당파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국민의 이해와 화복(禍福)이 응결된 공동체이기에 가장 겸허한 태도로 모든 성원의 의견을 돌아보고 다수 여망을 좇는 것이 진정한 애국자의 취할 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기를 네 몸같이 하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은 이 나라 이 민족을 충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하는 자의 몽매(夢寐)에도 잊지 못할 금언(金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상과 자손에 연결된 사랑을 방국(邦國)의 현재와 장래를 걱정함에 진실되고 그 법을 준수함에 춘일리빙(春日履冰)의 경건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애국심의 극치에 도달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근자에 지극히 슬픈 사실을 목도(目睹)하였습니다. 백주에 언론기관을 습격 파괴하고 국민의 재산, 나아가서는 국가의 재산을 파손하고도 오히려 애국심이라는 명목 아래 이것을 자기변명하고 비호하는 태도 말입니다. 진정한 애국심의 발로라 할지라도 이 같은 행위는 결단코 법을 초월할 수 없으며 한 걸음 나아가 국기(國基)와 민주주의를 파멸로 이끄는 반국가적 행위라고 규정짓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국체와 국가의사는 엄연히 법에 명시되어 있으니 진실로 국가를 사랑하는 지성이 있을진대 모름지기 국법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겠거늘 이 같은 원시적 구제수단에 호소함은 가히 언어도단의 극이라 하겠습니다. 국법의 존엄을 위하여 조용히 취사(就死)한 소크라테스의 거룩한 심정에 새삼스러이 머리가 수그러질 뿐입니다.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문화국가로 자처하는 우리는 차제에 안으로 국가의 장래에 한심을 금할 수 없고 밖으로는 세계만방에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는 바입니다.

장준하

권두언(195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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