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Total 122 articles , Current page is 1/7  Logged user : 0          
   View article
  관리자   Date : 2021/08/12  Hit : 512  
 [광화문에서] 밝은 질서의 출발점

밝은 질서의 출발점

우리는 흔히 혼탁한 세상사를 개탄하고 남의 일처럼 이것을 비방하면서도 자기 자신은 이에 대해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이들을 봅니다. 나라의 부패와 사회의 혼탁을 걱정하고 그 시정을 바라는 마음이야 양심 있는 백성일진대 뉘라서 없을 수 없겠습니까마는 부패가 일소되고 혼탁이 바로잡히는 것은 결코 개탄이나 비방만으로 능히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우선 우리는 부패와 혼란의 소재를 분명히 알아야 하겠습니다. 개탄과 비방을 일삼는 나 자신에게는 부패가 깃들거나 혼란의 요인이 감도는 일은 없는지, 냉철한 비판이 있어야 할 줄로 압니다.

부패와 혼란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각자 내 마음속에 있는 것입니다. 백성의 위임을 맡은 공복으로서 공사를 처리하는데 황금과 정실을 위주하여 공정과 신속을 잃는다든지, 이 나라 백성으로서 권력이나 금력을 믿고 자제의 병역을 모면키 위하여 혹은 해외로 도피시키고 혹은 금품을 농락한다든지, 권력을 남용하여 법을 무시하고 백성의 기본자유를 짓밟는다든지, 백성의 세금으로 마련된 의자에 앉은 자로서 역시 백성의 세금으로 사들인 차에 몸을 싣고 입신출세, 사리사욕, 구명 혹은 유흥을 위하여 동분서주한다든지 하는 일이 있다면, 이것이 곧 부패요 혼란의 요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같이 자기 한 개인의 부패에 대해서 지극히 관대한 무리들의 도량(跳梁)과 이에 편승 굴종 묵인하는 대중의 무지 무기력으로 말미암아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고 백성의 생활이 위협을 당한다면, 이들의 죄야말로 가당천참(可當千斬)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명철한 지성을 가다듬어 추상같이 자기를 비판하고 부패와 타협하거나 혼란에 휩쓸리지 않는, 진실로 부끄러움을 아는 자아를 굳게 세워야 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그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우리들 각자가 자기에게 냉엄하다면 조국의 내일은 가히 반석 위에 놓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찮은 일을 다하여 당랑지기(螳螂之譏)를 무릅쓰고 부패와 혼란과 무지의 이 암흑 속에서 오히려 한 개 횃불이 되어보고자 하는 소이도 실로 여기 있는 것입니다.

이 엄숙한 시기에 만약 우리가 지닌바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그 누(累)를 천세(千歲)에 남긴다면 장차 구원(九原)에서 조상의 영(靈)을 대할 명목이 없을 것이요 후세에 자자손손 원성이 그칠 날이 없을 것입니다.

무지를 극복하고 부패와 혼란을 물리치는 한 개의 ‘나’라는 등불이 전국 방방곡곡에 켜지고, 그 불이 가족과 친지와 직장과 향당(鄕黨)에 퍼지는 날, 비로소 이 땅에는 참된 광명이 찾아올 것으로 믿습니다.
일찍이 로망 롤랑은 위인이란 ‘현재 있는 그대로의 인간들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 하였습니다. 겨레의 괴로움을 방관하거나 그 어리석음을 탓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럴수록 깊은 애정으로 이들을 싸주고 그 괴로움을 같이 하는 염결(廉潔), 유능유위(有能有爲)의 등불이 하나라도 더 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한 바가 있습니다.

장준하
권두언(1956년 2월호)
LIST


NO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22   [광화문에서]  민주주의의 재확인   관리자  2021/08/24 522
121   [광화문에서]  새 세대를 아끼자   관리자  2021/08/19 548
  [광화문에서]  밝은 질서의 출발점   관리자  2021/08/12 512
119   [광화문에서]  애국심의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관리자  2021/08/10 526
118   [광화문에서]  독선과 고고(孤高)   관리자  2021/08/05 497
117   [광화문에서]  참된 해방을 기대함   관리자  2021/08/03 519
116   [광화문에서]  문학과 문학인의 권위를 위하여   관리자  2021/07/29 421
115   [광화문에서]  협동정신의 발현을 위하여   관리자  2021/07/27 461
114   [광화문에서]  현대화의 거점   관리자  2021/07/20 516
113   [광화문에서]  문학의 바른 위치를 위하여   관리자  2021/07/15 477
112   [광화문에서]  문화와 정치   관리자  2021/07/13 485
111   [광화문에서]  바른 판단력을 촉구함   관리자  2021/07/08 503
110   [광화문에서]  ‘자유’ 수호를 위한 일언   관리자  2021/07/06 491
109   [광화문에서]  ‘진리’를 위하여   관리자  2021/06/29 517
108   [광화문에서]  비판정신의 창달을 위하여   관리자  2021/06/24 529
107   [광화문에서]  이념과 방향   관리자  2021/06/22 528
106   [광화문에서]  생활과 정치   관리자  2021/06/17 531
105   [광화문에서]  사고와 행위   관리자  2021/06/15 507
104   [광화문에서]  사회와 질서   관리자  2021/06/08 552
103   [광화문에서]  인간과 인격   관리자  2021/06/03 609

 목록    1 [2][3][4][5][6][7]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sayz.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