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 기사 중계 > 다섯째날[21일]

이해를 돕는 글 > 장준하의 장정 5

 

 

 

 

 

 

# 장정단 이창 도착, 차량 장정 무사히 끝내, 중국 서부 대개발의 현장 싼샤댐 건설현장 방문

# 3천톤급 여객선 위한 엘리베이터도, 중국 서부대개발의 중심 사업 싼샤댐 규모

# 이모저모

 

 

# 장정단 이창 도착, 차량 장정 무사히 끝내, 중국 서부 대개발의 현장 싼샤댐 건설현장 방문

7조 김영민 조장과 김현수 대원이 21일 오후 이창 국제호텔 앞에서 차량 장정을 함께 한 깃발을 정리하고 있다. 뒷편에 태극기와 오성기를 들고 있는 이는 김영상 대원.제6차 구국장정단이 21일 오후 후베이성[湖北省, 호북성]이창[宜昌, 의창]에 도착, 지난 18일 쉬저우[徐州, 서주]에서 시작된 차량 장정을 무사히 마쳤다. 장정단은 3박4일 동안 장준하 일행의 탈출 경로를 따라 '서울-부산' 구간을 두 차례 왕복한 거리보다 많은 1,850Km를 차량으로 달려왔다.

김호준 단장은 "구국 장정의 큰 고비인 차량 장정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건강하게 마쳤다"며 "특히 중국인 운전기사 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창에 도착한 장정단은 이날 오후 중국 만리장성 이후 세계 최대의 건설 현장인 싼샤댐 건설지를 방문했다. 양쯔강을 가로막는 싼샤댐은 지난 1993년 시작해 오는 2009년 완공 예정으로 물막이 둑의 길이만 2309미터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이다.

이 댐이 완성되면 중국 서부와 중부 지방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상하이[上海, 상해]충칭[重慶, 중경]까지 1만톤급 화물선이 운행할 수 있다. 현재는 상하이에서 이창까지만 1만톤급 화물선이 운행된다. 또한 매년 여름마다 양쯔강의 범람을 일으켰던 고질적인 대홍수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장정대원들은 댐 공사 현장의 엄청난 규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윤경로 한성대 교수는 "비교할 만한 적당한 대상이 없으니 얼마나 큰 것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싼샤댐 견학을 마친 장정단은 이날 저녁 박한용 연구원의 3차 강의 뒤 차량 장정을 동행한 중국인 운전기사들과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장정단은 22일 오전 6시30분 쾌속선 편으로 양쯔강 680Km를 거슬러 올라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가 자리잡은 충칭에 같은날 오후 7시쯤 도착할 예정이다.

 

 

# 3천톤급 여객선 위한 엘리베이터도, 중국 서부대개발의 중심 사업 싼샤댐 규모

싼샤댐의 5계단식 운하 공사 모습쌴샤댐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공정이 진행 중이다. 물막이 둑 건설과 선박용 엘리베이터, 그리고 1만톤급 화물선을 위한 운하 건설 부분이다.

댐 왼편의 물막기 둑은 길이가 2309미터, 높이가 185미터에 달한다. 둑 중간에는 자리잡은 수문은 모두 23개로 각각의 크기가 가로 7미터, 세로 9미터이다. 수문의 양 옆으로 발전 설비가 들어서는데 연간 석탄 4000만-5000만톤의 화력 발전량과 동일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물막이 둑 옆의 화물 선박용 엘리베이터는 주로 3천톤급 미만의 여객선이나 화물선을 댐 상류와 하류로 실어 나르는데 사용된다. 댐이 완공되면 구국장정단은 이창에서 충칭까지 쾌속선 이동시 이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다. 이 엘리베이터의 크기는 폭 24미터, 길이 240미터, 높이 4미터이다.

계단식 운하는 1만톤급 화물선이 2시간만에 하류에서 상륙로, 상류에서 하류로 이동할 수 있다. 운하의 한 계단의 규모는 길이 280미터, 폭 34미터, 최소 물 높이 5미터이다. 상행과 하행 두 개가 동시에 건설 중이다.

 

 

# 이모저모

●…"중국의 아기들은 소변을 볼 때 할머니의 휘파람 소리를 듣네요". 샹판[壤樊, 양번]에서 이창 이동 중 휴식 시간에 만난 중국의 아기가 오줌을 누는 것을 보고 한 장정 대원이 한 말. 이 아기가 기저귀에 볼 일을 보자 아기를 보던 할머니가 아이의 바지를 내린 뒤 휘파람을 불기 시작. 사내 아기는 곧 힘차게 볼 일 보기 시작했는데, 장정단과 동행한 고지권 중국청년여행사 총경리는 "중국에서는 모두 휘파람을 불어서 아기 오줌을 누인다"고 사실을 확인.

●…"저는 서른까지 밖에 못 세요". 5기 총무로 장정에 참여한 김영상 대원이 자신의 산수 실력을 실토. 김 대원은 21일 오후 이창 이동 중 과일을 구입할 때 무려 100개가 넘는 과일 한 보따리가 30개 밖에 되지 않는다고 중국인 노점상을 우겼다고 실토. 사연인즉, 각 조별로 과일을 구입한 결과 귤 한 보따리를 30위안 안팎에서 구입했는데 김 대원이 조장을 맡은 3호차만 18위안에 구입한 것. 김 대원은 타 조원들에게 "너네는 얼마 주고 샀냐, 우리는 18위안 줬다. 너네 박가지 엄청 썼다"고 약을 올리고 이 차 저 차 돌아다닌 것. 일부 조에서는 과일 구입을 맡았던 자기 조장을 원망하기도 했으나, 실상을 알고 난 뒤 김 대원을 성토하기 시작. 한 대원은 "중국 시골의 과일 노점상에게 웃돈을 좀 얹어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니냐"며 "그걸 또 자랑을 하다니 참 대단하다"고 한 마디. 다른 한 여자 대원은 "참 되게 쪼잔하다"고 일침. 주변의 분위기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김 대원은 "사실 그게 30개 밖에 안된다고 말한 것은 북경대 유학생인 이 모씨였다"며 "그리고 저는 서른까지 밖에 못 세요"라고 궁색하게 변명. 이창 이동시 과일 구입은 장정 준비 답사 때부터 시작됐으며 겨울철 장정에서만 맛볼 수 있다.

●…21일 오후 싼샤댐 방문 뒤 이창 국제 호텔 앞에서 육로 장정을 동행해 온 장정 플래카드와 태극기, 오성기가 각 조별로 차량에서 제거됐다. 3박4일 동안 중국 대륙을 달려온 태극기와 오성기는 깃발 주위가 헤어졌으며, 태극기는 색깔도 누렇게 바랬다.

# 파촉령 넘어 태극기

# 육로장정의 끝, 파동

 

 

# 파촉령 넘어 태극기

파촉령은 고원지대로 제비도 날아서 넘어가지 못한다는 고사가 있는 곳이다. 그런데 국민정부가 충칭으로 쫓겨간 이후 파촉령에 생긴 통로는 전후방을 연결하는 유일한 전령로(傳令路)가 되었다. 이 험한 파촉령에도 다행이 주막은 있었고, 장준하 일행은 주막에서 끼니도 해결하고 주막의 헛간에서 잠도 해결할 수 있었다.

파촉령에 오른지 6일 만에 일행은 편평한 고원 위에 올라섰다. 사람 키 정도의 눈이 쌓여서 아름답기도 했으나 매섭게 추웠다. 일행이 고원지대를 다 횡단하기 전에 벌써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결국 일행은 이 고원 위에서 밤을 지새야하게 되었다. 어둠이 깔리기 전 나뭇가지를 주워다가 자리를 잡고 그 위에 앉았다. 그 곳에서 무사히 하룻밤을 지낼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장준하는 김준엽을 부둥켜 안고서,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와 싸우면서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당시의 상황을 장준하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밤 두어 점이나 되었을까. 내 몸의 3분의 2 이상이 이미 내 몸이 아닌 동태였다. 나의 의식은 분명히 내 체구의 3분의 1 부분 안에서만 작용하는 것 같았다. 피의 순환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기도 했고, 점점 낮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먼 먼 산짐승 소리가 울려왔다. 그 무서운 메아리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헤치고 우리들이 웅크린 설원(雪原)위에까지 스며왔다. 책상다리를 하고 주저앉았던 구두발이 얼어붙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눈보라가 치지 않는 것만 해도 크나큰 다행이었다. 만약 눈보라가 쳤다면 우리는 꼼짝도 못하고 다시 소생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절대자의 보호가 우리를 굽어보는 것 같아 우리는 이 추위를 이길 용기와 각오를 새로이 했다. 겨우 얼어붙은 구둣발을 떼어, 무릎을 꿇어 고쳐 앉았다. 그리고는 이 상태에서도 찾아오는 졸음을 물리치기 위해, 꿇어앉은 다리가 저려오는 감각을 잊지 않으려고 하였다. 나의 눈베개가 이 중국땅 눈 덮인 고원 위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돌베개, p.221)

다행히 그 날밤은 모두들 무사히 넘겼다. 일행은 다시 길을 떠나 주막에 이르게 되었다. 노하구를 떠난지 꼭 13일 만에 장준하 일행은 양쯔강의 지류가 흐르는 평지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파동까지는 배를 이용하면 하루, 걸어서가면 이틀이 걸리는 곳이었다. 노하구에서 얻는 노자를 투전과 과용으로 많이 써버린 사람들은 걸어가고, 나머지 배삯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은 배를 탔다.

 

 

# 육로장정의 끝, 파동

파동에 도착한 일행은 중경으로 가는 5천톤급 군용선박을 기다리기 위해서 사흘을 묵어야 했다. 사흘을 묵으면서, 일행은 각자의 돈으로 개별행동을 하기도 했다.

장준하 일행이 기다리는 정기연락군용선이 파동까지밖에 못 내려오는 이유는 다음 기항지인 이창(宜昌)이 일군점령지이기 때문이다. 육로로는 말과 포를 이끈 일군기동개가 파촉령을 넘어 진격할 수 없는 지세이고, 수로로는 파동에서 의창까지 층암절벽의 좁은 협곡일 뿐만 아니라 심한 급류이기 때문에 일군선박이 무사히 기어오를 수가 없던 지세였다. 또한 파동에서 의창까지는 강의 양쪽에 깎아세운 듯한 수백 척의 암벽으로 절벽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이 양안의 암벽 위에 있는 중국군 수비군은 올라오는 일선을 수류탄 공격만으로도 능히 침몰시켜버릴 수 있는 형편이었다. 파동과 의창까지의 수백 리 벼랑의 물결이 군사적인 완충지대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중경에서 내려오는 중국의 군용선도 이곳 파동을 내려가서는 정박할 곳이 없어 일단 파동까지를 항해종착점으로 하고 있었고, 전방과의 모든 연락은 유일한 통로인 파촉고원의 산로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

 

송정희 대원의 비닐 덧신. 21일 오후 송정희 대원이 중간 휴식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오다 소똥을 밟아 신발에서 냄새가 난다는 같은 차량 조원의 '잔소리'를 듣자 비닐로 신을 감싸서 신고 있다. ●…지리산 처녀, 옌벤 처녀로 불리는 송정희 대원이 20일 행군 중 '닭 소동'을 벌인데 이어 21일에는 소똥까지 밟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해. 송 대원은 이날 오후 이창으로 이동 중 휴식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소똥을 밟았는데 대충 처리를 하고 차량에 오르는 순간 모든 조원들이 코를 틀어막은 것. 송 대원은 같은 조원들의 성화에 못 이겨 검은 비닐로 신을 감싸 신고 나머지 장정을 결행. 그러나 싼샤댐 현장에서는 비닐 신을 못내 어색해 하는 표정.

●…장정 5일째를 맞아 대원들의 독특한 별명이 등장하기 시작. 송정희 대원은 지리산과 옌벤에서 지낸 경험 때문에 '옌벤 처녀' '지리산 처녀'로 불리고 있다. 박태진 대원은 차량 이동 중 잠을 하도 많이 자기도 했지만 얼굴 표정이 잠을 달고 다니는 것 같아 '잠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은영 대원은 자기 자신을 가리켜 '깃털처럼 가볍고 새털처럼 우아하다'고 했다가 '깃털'이라고 불렸다. 또 만화 영화 가제트에서 가제트 형사의 조카로 나오는 여주인공과 닮은 김주연 대원은 여주인공의 이름이 생각이 안나는 바람에 '가제트 언니'로, 강영일 대원은 바람 잘 피울 것 같다는 여자 대원들의 합의로 '강바람'으로, 늘 웃음을 흘리며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김해은 대원은 '살살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장정단은 이날 오후 저녁 식사 시간을 뒤로 늦추며 오는 23일 시안[西安, 서안]에서 있을 한중 친선의 밤 행사를 준비. 이미 차량 이동시 각 조별로 장기 자랑 계획을 세워 온데다 6기 대원들 중 노래 실력이 출중한 대원들이 많아 특별한 어려움 없이 원만하게 진행.

●…3박4일 동안 차량 장정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중국 운전기사 아저씨들게 21일 저녁 식사 시간에 차량 별로 정성어린 선물을 전달. 2조는 이창 이동 중 구입한 과일로 선물 바구니까지 만들어 전달해 다른 조의 부러움을 사기도. 중국 운전기사들은 22일 새벽 3시쯤 호텔을 출발해 고향인 쉬저우로 돌아갔다.